‘오타니 룰’에… 다저스 “7차전 가면 오타니, 오프너나 외야수로”

오타니 쇼헤이가 토론토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을 하루 앞둔 31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토론토=AP 뉴시스
로버츠 감독, 김혜성과 달리기 시합하다 ‘꽈당’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오른쪽)이 토론토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6차전을 하루 앞둔 31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훈련 중이던 김혜성과 달리기 시합을 하다 넘어지고 있다. 1루 베이스에서 출발한 김혜성보다 10여 m 앞에서 출발한 로버츠 감독은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따라잡혔다. LA 다저스 X 영상 캡처
“언제든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겠다.”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지난달 29일 열린 토론토와의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 4승제) 4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뒤 이렇게 말했다. 다저스는 이튿날 5차전까지 내주면서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2연패에 성공하려면 1, 2일 토론토 방문경기로 열리는 6, 7차전을 모두 잡아야 한다.
오타니는 4차전에서 93개의 공을 던져 이 두 경기에 선발 등판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구원 투수로 짧은 이닝을 소화할 수는 있다. 오타니는 31일 연습 때도 불펜에서 공 15개를 던졌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6차전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이길 수만 있다면 어떤 선택도 내릴 수 있다”며 오타니의 불펜 등판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타니는 2018년 MLB 진출 이후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쳐 총 103경기에 투수로 출전했는데 모두 선발로만 등판했다.
그렇다고 구원 투수 경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오타니는 미국 대표팀과 맞붙었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일본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당시 LA 에인절스 동료였던 마이크 트라우트(34)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우승을 확정한 적이 있다.
문제는 ‘오타니 룰’이다. MLB 사무국은 오타니가 선발 등판을 마친 뒤에도 지명타자로 타석에 계속 나설 수 있도록 2022년 규칙을 개정했다. 그런데 이 규칙은 선발 등판 때만 적용된다. 불펜 등판 후에도 타석에 계속 서려면 수비수로 나서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아예 경기에서 빠져야 한다. 오타니는 이 규칙 도입 이전인 2021년 에인절스에서 외야수로 7경기 뛴 적이 있다.
로버츠 감독은 “6차전부터 오타니를 외야수로 쓰지는 않을 것이다. 7차전까지 가면 오타니를 오프너(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로 기용하거나 외야 수비를 맡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6차전에서 오타니 불펜 기용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뜻이다.
물론 6차전 다저스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7)가 직전 경기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로버츠 감독의 고민이 해결된다. 야마모토는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과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2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뒀다. 그러고도 3차전이 연장 18회까지 이어지자 불펜 등판을 준비하기도 했다. 야마모토가 6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두면 루이스 티안트(1975년), 오렐 허샤이저(1998년), 커트 실링(2001년)에 이어 MLB 역사상 네 번째 단일 포스트시즌 3경기 연속 완투승의 주인공이 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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