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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백신 미심쩍어하는 트럼프도 맞았다…호흡기 바이러스 예방법은?

남미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의 의료 종사자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호흡기 바이러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기온이 떨어지면 독감을 비롯한 바이러스성 질환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마련이다.

바이러스, 낮은 온도와 건조 공기에서 강한 생존·확장 능력

독감 바이러스를 비롯한 일부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서 더욱 강한 전염성과 생존력을 보인다. 한반도의 가을과 겨울은 특히 대기가 건조해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더 오래 떠다니기 때문에 감염력이 커질 수 있다. 낮은 습도 때문에 코와 인후 등 인체의 1차 방어선을 형성하는 호흡기 점막도 건조해질 수 있어 바이러스 감염이 더욱 쉬워지는 측면도 있다. 낮은 기온 때문에 사람들이 밀폐된 실내에 모여 지내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서 감염 기회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북미와 유럽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 10월 17일 독감주의보…지난해보다 두 달 이상 일러

독감 바이러스의 모습을 고해상도로 살펴본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선 질병관리청이 10월 17일 0시를 기해 전국에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내렸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9월28일부터 10월4일까지 전국 298개 표본 의료기관의 내원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증상자가 12.1명에 이르자 유행주의보를 내렸다. 이 기관은 지난 3개 연도의 통계를 바탕으로 발령 기준을 정한다. 지난해 기준은 8.6명이었으나 올해는 9.1명이었다. 독감은 홍콩과 대만에서 지난 9월부터 확산 중이며, 일본도 이미 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로 올해 시작 시기가 이른 편이다.

한국에선 12월 20일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던 지난해보다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시기가 두 달 이상 앞당겨졌다. 이는 올해 독감을 비롯한 바이러스 질환에 대해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보건당국은 어린이·노년층을 비롯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신속한 예방접종을 권장했다.

백신 불신 발언 잦았던 트럼프, 두 가지 접종하고 중동 강행군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CNN은 ‘호흡기 바이러스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제목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겨울에 건강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특집 기사로 내보냈다. CNN은 기온이 떨어질 경우 독감 바이러스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의 위협이 확산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대처법을 소개했다.

CNN이 소개한 호흡기 바이러스 대처법의 핵심은 예방백신 접종이다. 주목할 점은 백신에 대해 못 미더워하는 발언을 종종 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택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10일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월드리드 국립군사의료센터에서 지난 4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정기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함께 접종받았다.

트럼프는 백신 접종 직후 중동 순방에 나서 10월13일 오전에는 이스라엘의 크네세트(단원제 국회)에서 연설했다. 이날 오전 가자지구의 무장단체 하마스는 지난 2023년 10월7일 납치했던 이스라엘인 인질 중 생존자 20명을 전원 송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오후에는 이웃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남단에 있는 해양 휴양지 샤름 엘 쉐이크에 유럽과 중동 20여개 국가 정상을 모아놓고 평화정상회담을 열었다. 백신 접종 직후 강행군을 하며 체력과 정신력 모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백신 접종자는 발병해도 증상 가볍고 사망 확률 줄어

전국에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10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연세봄이비인후과에서 한 어린이가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NN은 특집기사에서 백신 효과에 의문을 제시하는 대중의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중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 중 하나가 ‘독감이나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데도 해당 질환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CNN은 베일러 의대 가정의학과 마이크 렌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예방접종을 해도 독감에 걸린 사람을 접촉하면 독감에 걸릴 수 있지만 증상은 훨씬 가벼워진다”고 설명했다. 렌 교수는 “백신은 질병을 무조건 막아주는 게 아니라 증세가 심해져 병원에 가게 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접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에선 독감이나 코로나19(팬데믹 이후)로 인한 사망자가 여전히 상당하다. CNN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2024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의 예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시즌 미국 전역에서 독감으로 약 100만명이 입원했고, 사망자는 최대 13만명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54만명이 입원했고, 사망자는 최대 6만3000명으로 추산됐다. 희생자는 대부분 노인·어린이 등 고위험군과 면역력 저하자로 추정된다.

CNN은 코로나19의 경우 미국에서 허용된 세 가지 종류의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유했다. 미국에선 5세 이상 접종은 화이자, 6개월 이상 접종은 모더나, 12세 이상 접종은 노바백스 접종을 각각 권고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mRNA 기술을 사용한 백신이며, 노바백스 백신은 단백질 기반 백신이다.

최근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된 미국 재향군인 대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업데이트된 코로나19 백신은 입원 확률을 약 39%, 사망 가능성은 약 64% 줄이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DC, 생후 6개월 이상 대부분에게 계절마다 독감 예방접종 권고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만든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이미지. 사진=CDC 홈페이지

독감과 관련해 CDC는 생후 6개월 이상의 대부분의 사람에게 매년 유행시즌마다 독감 예방 접종을 받도록 권고했다. 매년 독감 백신을 한 차례 접종하라는 것이다. 처음 백신을 맞는 어린이만 4주 간격으로 두 번 접종해야 한다. CDC는 2024~25년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기간 동안 독감 백신이 성인에게 약 42~56%의 효과를 보인 것으로 추정한다. CDC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독감 백신을 접종받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는 9월과 10월이며, 접종 대상자는 10월 말까지 백신을 맞는 게 좋다.

미국에선 올해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미국 유일의 비강 스프레이 독감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플루미스트(FluMist)가 ‘플루미스트 홈(FluMist Home)’ 브랜드로 34개 주에서 가정 배송으로 판매되고 있다. 50세 미만 성인은 자가 접종이 가능하고 2세 이상의 어린이도 부모나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경우 접종이 가능하다. 플루미스트는 22년 전인 2003년 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시중에 판매가 되지 않다가 2024년 9월 FDA로부터 자가 투여를 승인받고 이번 독감 시즌에 처음으로 시장에 내놨다.

75세 이상과 50~74세 중증질환 고위험군에겐 RSV 예장접종 권장

CDC는 75세 이상 노년층과 50~74세 성인 중 중증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에겐 RSV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노년층의 경우 RSV 백신 1회 접종으로 최소 2년 동안 질병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유아를 RSV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임신 중인 산모가 예방접종을 받거나, 출생 뒤 항체 주사를 통해 아기에게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다. 존스홉킨스 의대의 ‘폐 및 중환자 치료 내과’ 의사로 미국 폐협회 대변인인 파나기스 갈리아차토스 박사는 CNN에 “32~36주의 임신부가 RSV 백신을 맞으면 태아에게 항체가 전달돼 보호 효과가 있다”며 RSV 백신 접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인에 대해선 “RSV 백신을 언제든지 접종받을 수 있지만, 접종에 가장 좋은 시기는 통상 늦여름과 초가을”이라고 충고했다.

폐렴구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법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호흡기 질환인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성 폐렴구균 감염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CNN은 폐렴구균 백신이 노인과 유아, 그리고 기저 질환이 있는 특정 젊은 성인의 폐렴구균 감염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CNN의 의학전문기자인 의사 산자리 굽타 박사는 “폐렴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붐비는 실내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베일러 의대의 렌 교수는 “호흡기 질환인 독감, 코로나19, RSV는 (재치기나 기침 등을 통한)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퍼질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자주 손을 씻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등 손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듣기에 역겨울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이 만졌거나 재치기 등으로 호흡기 분비물에 오염됐을 수 있는 문 손잡이나 가게의 상품을 만지는 것은 질병이 퍼질 수 있는 주요 경로가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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