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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환절기에 몸이 원하는 것들 [강석기의 과학풍경]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계절이 바뀜에 따라 자연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는 생물이 변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먹이의 영양성분도 그런 신호의 하나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는 다중불포화지방산(PUFA) 비율이 높아 야행성인 생쥐가 밤이 빨라지는(길어지는) 변화에 빨리 적응하게 하고(advancing rhythms),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는 밤이 늦어지는(짧아지는) 변화에 적응하게 한다(delaying rhythms). 사이언스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추분을 지나며 낮이 밤보다 짧아지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오전 7시가 다 돼서야 밖이 훤해질 정도가 됐다. 여기에 기온마저 뚝 떨어지면서 아침에는 쌀쌀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환절기인데, 이런 급격한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서인지 요즘 필자는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등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

그런데 지난주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한 논문을 보면서 환절기 변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개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가 주도한 미국·덴마크 공동연구팀은 계절 변화에 적응하는 데 섭취한 영양성분이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봤다. 뜬금없는 생각 같지만 그 배경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지구 공전에 따라 적도 주위를 뺀 지역은 1년 주기로 낮 길이와 기온이 바뀐다. 중위도인 한국도 이런 변화로 ‘뚜렷한 사계절’을 자랑(?)한다. 그런데 식물이나 변온동물은 기온 변화에 적응하려면 세포막의 지방산 구성을 바꿔야 한다. 온도가 높은 여름에는 어는점이 높은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야 하고 추운 겨울에는 어는점이 낮은 다중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야 한다. 겨울에도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으면 세포막이 굳어 세포가 기능을 잃는다.

그 결과 쥐나 사람 같은 잡식동물은 같은 식물과 변온동물을 먹이로 삼아도 계절에 따라 섭취한 영양성분이 달라진다. 즉 여름에는 다중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낮고 겨울에는 높다. 긴 낮과 더위, 낮은 다중불포화지방산 비율이 여름 환경 세트이고 짧은 낮과 추위, 높은 다중불포화지방산 비율이 겨울 환경 세트인 셈이다.

만일 이런 계절 환경 신호가 뒤섞이면 생물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실제 긴 낮과 추위가 한 세트가 되거나 짧은 낮과 더위가 묶이면 생체리듬을 교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영양성분의 변화 역시 계절 변화에 따른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것이다.

실험 결과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조건에서 밤이 긴 조건으로 바꿀 때(가을에서 겨울로) 다중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먹이(자연조건)를 먹은 생쥐는 밤낮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만 함량이 낮은 먹이를 먹은 생쥐는 적응에 애를 먹었다. 반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조건에서 밤이 짧은 조건으로 바꿀 때(봄에서 여름으로) 다중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먹이를 먹은 생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함량이 낮은 먹이(자연조건)를 먹은 생쥐는 쉽게 적응했다.

대체로 다중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낮은 가공식품을 즐겨 먹는 현대인들은 1년 내내 여름형 영양성분을 섭취하는 셈이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이는 가을 환절기부터 겨울 동안은 계절 변화에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식단뿐 아니라 오늘날 계절을 알리는 여러 환경 신호들의 혼란은 특히 겨울철에 심각하다. 해는 늦게 뜨지만(자연) 인공조명으로 여름보다도 더 늦게 지는 셈이고, 밖은 춥지만(자연) 집 안에서는 과잉 난방으로 속옷 차림이다. 현대인에게 겨울은 생체리듬 교란으로 심신의 건강을 잃기 쉬운 계절인 셈이다.

가을 환절기에 다중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단으로 바꾸기 어렵다면 오메가3 영양제가 차선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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