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별세’ 이순재…90세까지 연기 열정 불태운 ’70년 활동 진짜 국민배우’

배우 이순재/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이순재가 70년 연기 인생을 뒤로 하고 영면에 들었다.
1934년 11월 함경북도 회령 태생인 이순재는 25일 새벽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해부터 건강이 약해진 그는 병원 치료를 받으며 복귀에 힘썼지만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이순재는 70년간 연기 인생을 이어오며 세대를 넘어 사랑받은 대배우다. 20대부터 90세까지 연기를 놓치지 않고 열정을 불태우면서 동료 선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더불어 청년 세대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은 위로와 조언을 통해 사회의 어른으로 존경을 받아왔다.
배우 이순재(87)/뉴스1 ⓒ News1
1954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뒤 서울대 연극회 활동을 한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를 시작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62년 KBS 첫 TV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에 출연하고 1964년 동양방송 공채 1기 탤런트로 본격적인 TV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TV 드라마를 생방송으로 송출하던 때로, 그는 정확한 발성과 발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연기력을 펼쳤다.
1990년대 인기를 전국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대발이 아버지’ 역할을 맡아 그 시대의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1999년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의 스승 유의태 역할로 사랑받았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또한 이순재는 1981년 정계에 입문한 뒤 1992년 14대 총선에 민주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서울 중랑 갑 지역구에서 당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노년에 오히려 더욱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쳤다. 중년에 근엄한 인물, 가부장적인 아버지 역할을 맡은 것에 이어 70대 나이에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도전한 것. ‘하이킥’이 젊은 세대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야동순재’ ‘미스터 순재’ 등 극 중 캐릭터로 생긴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이킥’은 그에게 2007년 MBC 방송연예대상을 안겨주었다.
2013년에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동료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출연했다.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열정적인 자세로 여행을 즐겼고, 남다른 어학 실력을 보여주기도. 항상 배우려는 자세와 열정을 보여주며 안방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tvN ‘꽃보다 할배’ 포스터
많은 동료가 무대를 떠날 때도 이순재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80대 후반에 연극 ‘리어왕’에서 장기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연극 ‘갈매기’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대중문화예술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024년 드라마 ‘개소리’의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었다. 그해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단독으로 대상을 받은 것은 70년 연기 인생 중 처음이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출연 중 건강 악화로 하차해 회복 중인 가운데, 연기대상 시상식에 선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라고 말문을 연 뒤,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또 자신이 교수로 있는 대학교의 학생들이 드라마 ‘개소리’ 촬영 일정을 우선으로 생각해 줬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짓기도 했다. 이어 시청자들을 향해서도 “정말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수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가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서 전한 마지막 메시지였다.
이후 지난 8월 재활 치료를 받으며 복귀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지만, 그는 다시 무대에 서지 못하고 91세 일기로 눈을 감았다.
ichi@news1.kr




